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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10개월 전에 만난 직장 상사와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목은 밝은 내용이 아니지만, 우울한 글이 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미 지난 일이고 이 일을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저와 글을 읽고 계실 분들이 살아온 날만큼 앞으로 살아갈 날 또한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만난 직장 상사를 반면교사 삼아서 우리가 어제보다 한 걸음이라도 나은 인간이 된다면 안 좋았던 경험도 좋은 결론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정인에 대한 비방이나 단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아~ 사회생활 하다 보면 저런 일도 있구나’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사는구나!’ ‘내가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신다면 제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혹여나 그 상사분께 전달되어서 언짢아지진 않으실지 하는 우려도 잠시 했었는데요.
제가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짧게나마 겪은 상사분은 어리석고 지능이 낮아서 본인 이야기인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공감 능력 또한 높아서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 말 그릇을 가지고 있다고 배웠는데요.
이분은 이타심이 전혀 없고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직장 상사 중에 가장 상식 밖의 말과 행동을 매 순간 쏟아붓는 분이었습니다.
오늘 써내려 갈 글은 제가 4개월 동안 상사께 겪은 일화 중에 몇 가지를 하루라는 시간으로 구성한 이야기인데요.
한 날에 모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핀잔, 망신 주기, 질책, 짜증이었기 때문에 입사 후 며칠이 지나고부터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라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10개월 전에 근무했던 이 회사는 출근 시간이 9시 30분인데요.
저는 떡을 좋아하지만, 헐레벌떡은 원하지 않아서 보통 9시쯤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합니다.
곧 회사 도착할 시간이라 일과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회사에 도착했는데 먼저 와계신 상사가 계셨습니다.
이 회사에서 2명의 상사를 모시게 되었는데요.
원활한 이해를 위해서 등장인물을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출근하신 상사분은 직급이 실장이었는데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권 실장님으로 명하겠습니다.
제 직급은 과장이었는데요.
저는 송 과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요주의 인물인 소시오패스 상사분은 차장이었고요.
유 차장님으로 지칭하겠습니다.
출근했더니 권 실장님이 먼저 출근하셔서 거래처와 통화 중이셨고 저는 소모품 정리를 하러 탕비실에 갔습니다.
그런데 탕비실 개수대에 아이스팩이 버려져 있는 거예요.
냉동식품 구매하면 냉동 효과 유지를 위해 같이 보내주는 얼음 봉투 같은 거 있잖아요?
아이스팩을 개봉해서 하수구에 버리면 안 된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최근에는 아이스팩에 물이 많이 담겨있는데요.
1년 전만 해도 젤 형태의 아이스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젤 아이스팩은 물에 녹지 않고 환경 오염물질까지 함유하고 있어서 하수구에 액체를 버리면 배수구가 막히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제 퇴근하기 전에 차장님이 탕비실 냉동고에 있던 그 아이스팩을 꺼내놓으면서 녹으면 내일 버릴 거라고 직원들에게 말씀하셨는데요.
개수대에 내용물이 버려진 걸 보면서 ‘권 실장님은 젤로 된 아이스팩을 하수구에 버리면 안 된다는 걸 모르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오늘은 유 차장님이 이걸로 나한테 시비를 걸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자리에 가서 앉아있었습니다.
그때까지 권 실장님은 계속 통화 중이셨고 출근하자마자 탕비실에 다녀온 유 차장님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다짜고짜 저를 쏘아보며 “송과장!! 내가 아이스팩 버리지 말랬지?!” 사무실이 떠내려갈 듯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저는 그때 ‘와~ 나한테 언제부터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생긴 거지?’라는 생각에 너무 놀랐습니다.
이 일은 이 회사에 입사하고 한 달 정도 지난 후의 일이라 유 차장님의 기질이나 성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상태였는데요.
차장님이 탕비실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저한테 화를 낼 생각에 들떠서 의기양양하고 안달 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미 예상한 상황이라 딱히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차장님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까 실장님이 통화하시다가 놀라서 본인이 버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시점에서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사과를 했겠지만, 사과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사실 확인도 안 된 섣부른 화를 내지 않았겠죠.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소시오패스들은 비상식적인 일도 개의치 않고 자기 잘못에 대해서도 절대 사과하지 않습니다.
저는 유 차장님이 어떤 말을 할지 구경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제가 버리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니까 속삭이듯이 혼잣말로 “그거 하수구에 버리면 안 되는데...” (비굴 + 쭈굴)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업무를 시작하셨습니다.
곧 권 실장님이 거래처와의 통화를 끝내시고는 아이스팩 얘기를 꺼내시는 거예요.
그랬더니 유 차장님은 바로 전에 발악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깔깔깔 웃으면서 본인만 아는 정보를 가르쳐 준다는 듯 우월감에 빠져서는 아이스팩 개봉해서 버리면 안 된다고 일장 연설을 하고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기만하고 무책임하게 잘못을 떠넘겼음에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유 차장님을 보면서 본인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자기 자신이 무가치하고 후졌다고 생각하면 아이스팩을 개수대에 버렸느니 마느니 그런 하찮은 일로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다른 사람을 윽박지르고 망신 주고 이런 저질인 행위에나 만족감을 느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소모품을 정리해 놓으면 답답하다는 듯이 짜증을 내면서 본인이 다시 정리를 해놓는 분이었는데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본인의 내면이 공허하다 보니까 탕비실에 있는 간식을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왼쪽에 놓은 사람을 나무라는 소소한 건수로 우월감을 채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거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동년배 직장 상사보다 경력은 많은데 직급이 낮으니 맨정신으로 회사를 다니기에는 직장 동료들 대하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겠죠.
출근하자마자 직장 상사께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호되게 혼났는데 아직 10시밖에 안 되었습니다.
오늘도 하루가 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개별 포장된 커피 믹스를 몇 개 챙겨왔습니다.
저희 엄마는 지병으로 당뇨병을 앓고 계시는데요.
일상생활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지만, 음식물을 섭취할 때 혈당에 대해서 항상 신경을 쓰십니다.
커피 믹스를 마실 때도 설탕 대신 스테비아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스테비오사이드라는 감미료가 함유된 제품으로 드시곤 합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에 따르면 스테비오사이드의 감미도는 설탕의 300배에 달해서 당뇨병 환자용이나 저칼로리 식품에 천연 감미료로 사용된다고 표기돼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도 커피 믹스가 여러 종류 비치되어 있는데요.
모두 설탕이 들어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상사분들은 이제 50대가 된 분들이신데요.
며칠 뒤에 건강검진을 할 예정이라 점심시간에 종종 당과 관련된 걱정을 하셨습니다.
회사에는 과자가 종류별로 있고 신제품이 나오면 사 먹을 정도로 두 상사분이 간식을 좋아하셨는데요.
공복에 출근하시다 보니 오전에 기운이 없어서 간식을 더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배고플 때 말고는 간식을 잘 안 먹는 편이고 아침 식사도 항상 먹고 회사에 도착했기 때문에 두 분의 대화를 주로 듣는 편이었는데요.
마침 집에 있는 당이 적은 커피 믹스가 생각나서 챙겨오게 된 것이었죠.
출근해서 탕비실에 커피 믹스를 갖다 놨는데 아이스팩 때문에 잊고 있다가 생각나서 드셔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유 차장님께서 “그거 의학적으로 증명된 거 아니야!?” (찌릿) 라고 하시는 거예요.
속으로 너무 웃겼는데 겉으로 티를 낼 수가 없어서 진지하게 ‘네 그렇군요’하고 추임새를 짤막하게 넣어드렸습니다.
제가 의학박사도 아니고 이 커피 믹스의 생산 공정을 본 게 아니니까 답을 안 했는데요.
차장님의 대응이 웃겼던 이유는 상사분들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점심 식사 후에 커피 전문점에서 제조해 주는 커피 믹스를 드셨고 탕비실의 간식은 출근해서 그리고 퇴근 전에 하루도 빠짐없이 심지어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드시는 분들이었습니다.
과자, 아이스크림, 바닐라라테 이런 간식들을 시도 때도 없이 드시는 분이 천연 감미료가 설탕보다 좋다 나쁘다는 의학적 증명을 운운하는 걸 인지부조화라고 하죠.
본인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그저 타인을 깎아내리고 틀렸다고 부정하면서 어떻게든 본인이 남보다 잘났음을 증명하고 싶어, 입으로만 떠들 수밖에 없는 모습이 딱하고 불쌍해 보였습니다.
지배욕은 큰데 지능이 낮으니까 차장님도 마음대로 안 되는 본인 인생이 답답할 것 같습니다.
이분이 매일 하는 잡담으로는 어젯밤에 본 TV 프로그램 얘기, 거기 나온 연예인이 과거에 어쨌다는 둥, 재산이 얼마라는 둥, TV에 나온 일반인 중에 부러움의 대상 깎아내리고 무시하기, 이혼을 몇 번 했다더라~ 직업이 의사네~ 검사네~ '나는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인데 가족을 잘못 만나서, 사회 때문에 내가 힘들다' 쉴 새 없이 하루 종일 떠드는 이야기의 전부는 모두 남 얘기였습니다.
본인 인생은 본인도 쳐다보기 싫은 건지 세상사가 모두 남 탓이었죠.
이렇게 불평과 불만으로만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지식이 담아질 자리가 있을까요?
세상은 자기 심보만큼만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작은 목표라도 성장할 수 있는 달성 과제를 하나씩 헤쳐 나가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시선이 내 안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으니까 뭐라도 하나 흠잡을 거 없는지 구석구석 찾아내면서 도파민 분출을 위해 노력하는 거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유 차장님 이야기를 통해서 본인의 시간을 소중히 대하고 그로부터 매일 한 걸음 성장하는 분들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됐습니다.
11시 30분부터 점심시간이 시작되는데요.
업무지구는 아니지만, 주변에 회사가 많은 곳이라 11시 반에 식사하러 외부로 이동합니다.
권 실장님과 유 차장님은 간식 외에도 먹는 걸 좋아하셔서 이 식당 저 식당 배회하는 걸 즐기셨는데요.
가끔은 일하러 와서 먹는 건지 먹으러 와서 일하는 건지 헷갈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꾸물꾸물하면서 인원수보다 음식을 적게 시키는 거예요.
원래 그런 분들이 아니시거든요.
저는 메뉴 선택에 발언권이 없기도 하고 출근한 지 며칠 안 돼서 이 지역의 음식점들도 몰랐기
때문에 이분들이 주문하는 대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점심을 먹었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아 오늘 뭐지?' 생각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까 밥값을 줄여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려고 음식을 적게 주문했던 거였습니다.
커피 마시겠다고 밥을 적게 먹은 거죠.
저희 회사는 연봉에 식대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법인카드로 식대를 결제하는 체계거든요.
예전에는 식대 제한이 없었는데 이분들이 너무 심하게 먹으니까 대표님께서 최근에 한마디 하셨다고 해요.
이런 얘기를 상사분들이 저에게 하는 겁니다.
사무실에 간식도 많은데, 법인카드가 본인들 카드였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까요?
점심을 먹고 나면 산책 좀 하고 가자면서 일주일에 3일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를 들렀습니다.
탕비실에도 커피가 있는데 회사에서 매일 커피를 사준다는 게 저로서는 의아해서 평소에는 그분들의 말을 듣기만 하다가 한 번은 이렇게 얘기를 해봤습니다.
'우리 회사 참 좋은 것 같아요~ 비싼 밥에 매일 커피도 사주시고~ 이런 회사 많이 없는데~' 그랬더니 유 차장님이 “대표님이 커피 마시라고 한 적 없어, (찌릿) 그냥 우리가 눈치껏 상황 봐가면서 마시는 거야”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키득키득 웃으셨습니다.
차장님의 지능으로는 다른 사람이 본인 발아래 있다고 생각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태도가 대단한 능력 발휘였던 거죠.
지금 내가 바닥이라 할지라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면 얕은수로 남을 속이기 전에 자신을 속이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의 인생이 너무 하찮고 마주하기가 싫으니까 이렇게라도 정신 승리를 하지 않으면 사는 게 버겁겠구나' 싶었습니다.
오늘도 산책 끝나면 커피를 사서 사무실에 가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근데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남의 돈도 돈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3주에 한 번 정도 마시면서 상사님들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 거절 의사를 밝혀왔는데요.
오후에 커피를 안 마시기도 하고 밥 먹은 직후니까 배불러서 두 분만 드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 차장님은 심보가 고약하고 꼬인 사람이잖아요?
커피전문점 커피가 아니라 탕비실에 있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하는 것도 눈엣가시 같았나 봅니다.
제가 안 마시면 본인들이 한 잔이라도 더 마실 수 있는데 말이죠.
차장님은 저의 특정 행동이 불쾌하거나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저라는 사람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좋고 싫은 데는 이유가 없으니까 뭐 그럴 수 있죠.
제가 커피를 자꾸 안 마시는 게 유 차장님의 지적 수준에는 과거에 겪은 일로 피해의식이 생겨서 강한 거부를 한다고 느끼셨는지 산책하던 중에 “송과장! 전에 다닌 회사는 밥값이 정해져 있었나 봐~ 하루에 만 원... 이런 식으로 초과하면 내 돈 내야하고 그런 곳도 있던데~?”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회사랑 동일하게 제한 없이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저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회사는 입사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근데 이분은 자의식 과잉인 분이라 본인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는지 연거푸 “억압받으면서 살았나 보네~~ 왜 어릴 때 학대받은 애들이 위축되고 그러잖아” (쯧쯧)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저는 이 유 차장이라는 분이 본인이 가진 우월의식에 비해서 지능이 낮다 보니까 열등감은 심하고 자존감은 낮고 무례함이 결국 무식으로 이어지는 품격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해 왔었는데요.
조금 전에 들은 말로 제 귀를 의심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직감적으로 이 사람은 소시오패스 성향의 정신질환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집에 가서 구글에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검색해 봤는데요.
이렇게 폭력적인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오늘 점심 뭐 먹을까?” 정도의 일상적인 대화처럼 한다는 게 지능도 문제지만 정신병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억압받으면서 살았을 것 같다는 둥, 가정 폭력에 시달린 애들이 어떠하다는 둥 이런 표현들은 상대방의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굉장히 조심스럽고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얘기잖아요.
상대방이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경험이 있더라면 심각한 상처가 될 말인데 차장님의 입이 너무 가볍다는 게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편으로는 '본인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분의 얘기를 듣다 보면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는데요.
어릴 적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로 비뚤어진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베풀 마음의 여유가 없이 성인이 되고 늙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입사 후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직원들에게 마카롱과 캐러멜을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요.
다른 분들은 잘 먹겠다 한 마디로 끝났지만 유 차장님만 유독 예상했던 대로 “이걸 왜 사 왔냐 ~” “난 안 먹는다~” “회사에 두고 직원들끼리 나눠 먹자~” “그냥 커피나 한잔 사지~” 구시렁~구시렁~ 거리시는 모습이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서 타인의 배려가 어색한 몸만 커버린 어른 아이로 보였습니다.
본인이 받은 상처가 상처인 줄도 모르고 부모에게서 배운 대로 남에게 왜곡된 사랑을 베풀고 있는 거죠.
소시오패스의 성향 중에 유년기 시절의 충격 등으로 감정의 결여가 습관처럼 굳어져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환경의 요인이 많다고 합니다.
본인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함으로써 잠시나마 위안으로 삼으려는 회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환경이라는 건 배우자가 아닌 이상 부모, 형제, 자녀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스무살이 넘은 성인은 과거의 가정환경이 어떠하였든 간에 충분히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이럴 때 필요한 게 책인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내가 겪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있고 그로부터 겸손함을 배울 수 있죠.
세상은 넓고 내가 생각했던 세계가 좁다는 걸 깨닫게 되면 더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기기 때문에 상처가 치유되기도 수월합니다.
내가 내 마음을 다독이는 행위는 나이가 많아져도 계속 훈련이 필요합니다.
차장님께 그런 지혜가 있었다면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더 건전하고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자기 자신을 가장 크게 다치게 하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라는 걸 글을 읽어주신 분들과 저는 마음에 새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커피도 샀고 1시가 다 돼가서 오후 업무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지식산업센터 건물에 임차 중인데요.
층고가 낮고 서향이라서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 들어오면 사우나같이 후텁지근하게 덥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켜려고 했는데요.
차장님께서 저를 쫓아오셔서는 점심 식사하러 밖으로 나갈 때 왜 에어컨을 껐냐면서 또 그 괴상망측한 표정으로 강압적인 소시오패스 태도를 선사해 주셨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전 직원이 모두 식사하러 나가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에어컨을 끄고 다녔는데요.
산책 중에 한 답변이 본인이 원했던 제 인생이 아니었는지 못마땅함이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서는 에어컨 전원을 누르는 걸 확인 후 저를 노려보면서 “더워!! 나갈 때 에어컨 꺼놓지 마!” (으으으 열나) 이렇게 쏘아붙이고 본인 자리로 가셨습니다.
남한테 딴죽이나 걸면서 으스대는 치졸한 뒷모습을 보는데 며칠 전 차장님이 직원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본인이 사는 집이 낡아서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올겨울에는 난방을 안 하려고 두꺼운 이불을 찾아보고 있다는 겁니다.
내 난방비 아끼는 건 검소한 행동이고 남이 내는 전기료는 정당한 권리라는 차장님의 뇌 구조를 떠올려보면서 '이분은 정신적으로 가난할 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에어컨을 켜면 10분도 안 돼서 시원해지는데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빈 사무실에 에어컨을 켜놓는다는 건 돈의 문제와 더불어 환경 관련 문제도 있잖아요?
여러분들과 저는 역지사지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요?
이때쯤에는 구글 검색을 통해서 유 차장님이 소시오패스라는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였고요.
몇 번의 검증 단계를 통해서 가능성을 확신으로 굳히게 되었습니다.
소시오패스들은 본인이 잘 보여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겉으로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고 눈에 띄는 행동을 안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대표님이 사무실에 계시는 날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에어컨을 켜둔 채로 제가 먼저 사무실 정문을 나섰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차장님이 나오셨는데요.
점심 식사 후 두 상사분은 산책을 가셔서 먼저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대표실 외에는 에어컨이 꺼져있었습니다.
'대표님이 계시니까 차장님이 에어컨을 끄고 사무실을 나오지 않으실까?' 생각했던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도 사무실 안은 더웠지만, 소시오패스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납작 엎드리기 때문에 가치관이라는 게 없고 상황에 따라 이중적인 태도를 아무렇지 않게 정당화한다는 자기중심적 특징도 있는데요.
대표님께 밉보일 행동은 본인에게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잊지 않고 에어컨을 끈 것으로 보였습니다.
유 차장님은 대표님이나 권 실장님께는 웃으면서 간사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회사에 모르는 영업사원이 방문하거나 본인보다 사회적 지위가 약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만나면 말투가 싸늘하게 변했습니다.
한 번은 차장님이 사적 모임에서 만난 본인보다 나이 많은 지인을 이유 없이 울렸다는 이야기도 했었는데요.
차장님께 이 정도의 일화는 인간 게임에서 승리한 가벼운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이라는 건 살아있으면 그냥 먹어가는 거고 진짜 어른은 약자와 어린이를 보호함으로써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차장님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차장님의 과격하고 몰상식한 행동은 오후가 되도 지치지 않습니다.
이상은 높은데 노력은 안 하고 자의식만 과잉이라 결국 되는 일이 없다 보니까 항상 화가 나 있으세요.
권 실장님은 본인이 더 상관이지만 그냥 착한 척 못 본 척 모르는 척 넘어가십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두 분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요.
저는 이분들의 대화에 끼지도 않지만,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나이 차의 문제이거나 알고 지낸 시간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이런 걸 두 글자로
텃세라고 보통 부르죠.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회사 분위기와 회사 업무, 거래처와의 소통, 상관의 지시까지 적응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저한테 말을 걸어주지 않는 게 더 좋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외부에서 유 차장님 자리로 전화가 한 통 왔는데요.
담당자별로 직통 번호가 있지만, 회사의 대표번호가 차장님 자리로 설정되어 있어서 그쪽 전화가 많이 온다는 얘기를 입사 초반에 들었습니다.
전화를 거신 분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렸는지, 담당 전화가 아니었는지, 유 차장님께서 수화기를 던지는 바람에 집중하고 있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잠시 후 제 자리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이런 식으로 전화를 바꿔주시는 거죠.
말로는 기선제압이 안 된다 싶었는지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시는 모양입니다.
제가 전화를 받았을 때는 거래처 분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고 통화도 잘 마무리 되었는데요.
이유 없이 폭발하거나 폭언을 일삼아서 피해자들이 현재 상황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만드는 이런 행동 또한 소시오패스의 성향 중 하나라고 합니다.
차장님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수화기를 던졌다기보다 그저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 매 순간순간 1차원적 사고밖에 못 해서 뒤틀린 분노를 몸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감정 기복 통제 불능자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늘 과대망상에 젖어 있는 차장님의 부정적인 기운이 저한테 오는 게 싫어서 마음속으로 유리병을 만들고 그분께 씌워놓았습니다.
소시오패스들은 상대가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반응을 살피고 다음 단계를 계획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상사의 괴롭힘 때문에 힘드시거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괴로운 대상이 있다면 상대방이 내 앞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다고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빨간 내복 이론은 20대 때 심리학 박사님이 쓰신 책을 읽고 배운 내용인데요.
무기력에 빠지게 하고 절망감이나 허탈한 상황을 만들어서 상대를 교묘하게 조종하려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순간에는 상대를 제재하려는 반응보다 단호한 무시가 대응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기억하고 계시다가 나를 두렵게 하는 상대 때문에 심적으로 고달플 때 적용해 보신다면 짧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될 거라 믿습니다.
어느덧 4시가 됐습니다.
차장님은 대표님이 오후에 부재중인 날만 되면 항상 어디가 아프셨는데요.
지병이라기보다 심리상태가 불안정하고 비위가 늘 고까운 상태라 남의 행복에는 배알이 꼴리는 바람에 시기 어린 부러움이 정신에 이어서 몸까지 병들게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자기 팔자는 자기가 꼰다고 하죠.
대표님이 계시면 반차를 쓰고 대표님이 안 계시면 본인만 안다는 병원 비슷한 곳에 도수 치료를 받으러 자유롭게 퇴근하셨습니다.
그나마 조퇴하시면 제 숨통이 조금은 트였는데요.
대표님이 안 계셔야 차장님이 퇴근을 빨리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양가감정이 드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제가 만난 어른 중에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시고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분이셨는데요.
아랫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해주시고 출타 후 사무실에 들어오실 때는 귤 한 봉지, 빵 한 봉투를 사 오실 정도로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표님의 매력에 업무 외에도 이런저런 대화를 종종 나누면서 '나도 대표님처럼 인생을 먼저 산 사람으로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실장님이나 대표님과 사이가 좋아 보이는 모습을 차장님이 감지하는 날에는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대표님이 너한테 그런 말씀도 하셔...?”라며 내가 모르는 걸 왜 네가 아냐는 듯 시샘과 질투 가득한 눈빛을 쏘곤 하셨는데요.
상식적으로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면 유 차장님 같은 사람과 오손도손 개인사를 나누기 싫을 게 뻔한데 얘기해 줄까 싶다가도 그 음흉한 눈빛과 표정을 볼 때마다 몸서리치게 싫었습니다.
모든 주변인의 관심사가 본인이 아니면 안 되는 과대망상이 도를 넘어서 제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토를 달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시빗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사냥개 같았습니다.
초반에 말씀드린 아이스팩 사건도 저한테 특별한 시빗거리가 안 찾아지는 와중에 개수대에 떡하니 버려져 있는 아이스팩을 보고 너무 희열을 느낀 나머지 앞뒤 없이 다짜고짜 신경질을 부린 게 아니실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곧 5시라
해방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소시오패스 유 차장님께서 퇴근 직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셔야 했는지 할 얘기가 있다면서 저를 회의실로 부르셨습니다.
구겨진 면상을 마주하는 것도 너무 곤욕이라 앉자마자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라고 퉁명스럽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목소리도 저음이고 웃지 않으면 4가지 정도 없어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는데요.
제가 본인 생각과 다르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며' 따지듯이 다그치니까 뇌가 정지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차장님이 생각하는 가스라이팅은 본인이 입만 열면 속된 말로 먹혀야 하는데 시작부터 오류가 발생한 거죠.
그때부터 말을 더듬더듬 하시면서 “아니 아니 나도 송 과장한테 말 걸고 싶지 않은데 실장님이 시켜서 말하는 거야 (흥) 우리가 업무를 같이 진행하는 건 아니지만, 편하게 대화하고 지내면 좋지 않겠어? 난 지금 불편하거든... 송 과장은 안 불편해?” 이러시는 거예요.
그냥 참 딱한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존심이라는 건 내세우는 게 아니라 지키다 보면 알아서 올라가는 건데,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50년이 아니라 500년을 살아도 살아만 있다고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척하지만, 계산기가 두들겨진 이용의 대상일 뿐 소시오패스는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상은 '내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을 너를 괴롭히면서 표출해야 하는데 네가 상대를 안 해주니까 내 짜증이 해소가 안 돼서 아쉽네' 였겠죠.
이런 무가치한 존재에게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기가 너무 아까워서 '네 전 지금이 좋은데요?' 라고 짧고 단호하게 답변했습니다.
구글 검색과 책을 통해 알아본 소시오패스의 특징에 차장님이 모두 해당한다는 걸 근무한 지 2개월쯤 되었을 때 여러 경험을 통해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소시오패스와 한 공간에 있다는 걸 인지한 다음부터는 최대한 차장님을 멀리하고 말을 걸지 않고 사무적인 태도로 근무했는데요.
차장님과 저는 한 직장에 소속되어있고 저보다 직급이 높긴 했지만, 결제 라인이 아니고 업무도 달라서 그냥 나이 차이 크게 나는 직장동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안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이도 적고 경력도 적고 제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을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최근 3년간 7번의 이직을 했는데 이 회사가 7번째 회사였기 때문에 마음은 퇴사하는 게 맞지만,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고민이 깊었는데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차장님이 오늘은 또 무슨 시비로 들들 볶아댈지 숨이 막혀왔습니다.
소시오패스에 대해 이론으로 깨달으며 머리로 느끼는 감정보다 눈앞에서 살아 숨 쉬며 언어폭력을 일삼는 현실의 소시오패스는 수십 배 더 악랄했습니다.
차장님은 이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 퇴사를 못할 사람이기 때문에 차장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 말고는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감정 기복이 없는 사람인데요.
언제든지 또 회의실로 불려 갈 수 있을 거라는 끝없이 무한 반복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제 근로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업무시간이 종료되고 퇴근할 시간이 되었는데요.
소시오패스 유 차장님과 회의실에서 나눈 대화로 확실히 퇴사를 마음먹었고 내일 상부에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소시오패스를 만났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헤어지거나 멀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헤어지지 못하거나 계속 마주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약한 사람에게는 으름장을 놓고 강한 사람에게는 납작 엎드리는 어리석은 소시오패스들은 약해 보였던 사람이 갑자기 강한 모습을 보이면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라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의지가 강한 사람을 피하려고 한다는데요.
소시오패스가 조종하기 어려운 상대는 희생양으로 삼을 수 없어서 주변에 있어도 거추장스러울 뿐 먹잇감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20대 때 읽었던 심리학 박사님의 책에는 빨간 내복 이론 외에 처음 만난 사람의 인품을 쉽고 빠르게 알아보는 방법도 쓰여있었는데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처음 만났을 때 물심양면으로 베풀어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참모습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이른바 호구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방은 나를 계속 이용하려는 사람과 내가 베푼 것 이상으로 되돌려주는 사람 이렇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고마움을 알고 조금이라도 갚으려는 사람만 주변에 남기면서 더 잘해주면 되는 거죠.
유 차장님과의 일화를 생각해 보면 제가 입사 초반에는 상사분들의 인간성 파악을 위해 굉장히 만만할 정도로 예의를 갖추고 비유를 맞춰주고 조용하고 여리게 행동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차장님 기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예상과 다른 모습이 자꾸 비추어지니까 본인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과한 행동이 조금 줄어들면서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반성이 아니라 몸을 사리는 것 뿐이긴 했지만요.
저와 둘만 출근하는 날에는 같이 점심 먹기가 껄끄러웠는지 병원을 간다는 핑계로 밥을 안 먹는다더니 버젓이 근처 구내식당에서 밥 먹은 걸 저한테 들키기도 했습니다.
소시오패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지속적인 거짓말입니다.
차장님은 지능이 낮고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거짓말에 능숙하지 못했는데요.
본인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너무 똑똑한 존재였기 때문에 남들 눈에 다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도 모두를 쉽게 속인 양 낄낄거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소시오패스의 또 다른 특징은 실수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는 건데요.
본인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 건지도 모른 채 반복되는 실수를 자기애로 합리화하며 계속 되풀이합니다.
유 차장님 역시 다른 사람의 없는 티끌은 만들어서라도 대역죄인 취급을 하지만 본인의 무지와 업무 태만으로 고객사에 1억2천만 원의 금전적 손실을 끼친 일은 태연하게 남 탓으로 돌리는 분이었습니다.
저도 차장님의 행동에 처음 몇 번은 '오늘 기분이 안 좋으신가?' '집안에 우환이 있으신가?' 싶어서 그러려니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무례한 행동이 수위가 높아짐에도 제가 공손한 태도를 보이니까 점차 소시오패스의 민낯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강도와 횟수가 많아졌는데요.
실수를 통해 배우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발전할 때 혼자만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결국 수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되는 거죠.
노력은 싫지만 나만 도태되는 건 소시오패스에게 억울한 일이기 때문에 성장하는 사람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든 상대방을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모든 인간은 우연한 사건이나 고통을 통해서 변화라는 의지를 갖게 되고 노력이라는 무기를 다듬어서 성장에 다다르게 되는 건데요.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면 나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자기 계발은 소시오패스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세상 탓 남 탓이라는 자의식 과잉만 시전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거죠.
이런 게으른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소시오패스들은 어떻게 하면 맨입으로 남의 등에 올라타서 쉽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매 순간 기회를 노리다가 본인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마주하면 기선제압을 위해 얕잡아 보는 말투로 가스라이팅을 일삼는다고 합니다.
만만해 보이는 타인에게 기생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끝없이 빨아들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발견 즉시 끊어내는 게 최선의 답입니다.
유 차장님은 간식을 먹으려고 밥을 적게 드시는 분이었는데요.
4시가 넘으면 직원들에게 탕비실에 있는 간식을 나눠주셨습니다.
배려라기보다 간식이 빨리 없어져야 안 먹어본 간식을 또 사다 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간식이 출시되면 꼭 법인카드로 사드시곤 했습니다.
저에게도 몇 번 간식을 나눠주셨는데 책상에 던져진 낱개 포장된 과자 봉지를 볼 때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겁박하고 질책하고 무시하고 없는 일까지 만들어서 뒤집어씌우고 본인의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심보를 온종일 해소한 후에 화풀이의 대가로 과자 몇 개 던져주는 것 같아서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내가 살아온 인생이 관상으로 드러난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20대 중반에 이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그때부터 30대 후반이 넘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관상과 성격을 대조해 봤는데요.
결론적으로 표정이 밝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실제 성격을 겪었을 때 심성 역시 고왔습니다.
차장님은 본인의 마음 씀씀이만큼 얼굴이 늘 구겨져 있었습니다.
누가 조금이라도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그마저도 부러웠는지 박복한 표정으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본인 처지를 직원들에게 호소하면서 위로를 구걸 했는데요.
면접 당일에 잠시 인사만 나누었는데 음흉하고 어두운 마음이 그림자처럼 얼굴까지 드리워진 분이라 대면한 순간 복병이 될 거라는 직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퇴근해서 집에 왔습니다.
소시오패스 직장 상사를 4개월 정도 겪으면서 일어난 일들을 하루의 일과로 정리해 보았는데요.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계시는지 몇 년생이신지 알 수 없어서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감정선과 깨달음을 느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만큼 특정인에 대한 험담이나 노여움보다 ‘아~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사람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내가 살아갈 삶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등에 대한 하나의 방향이 생각나신다면 좋겠습니다.
인생이란 [ 자신이 열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 라는 말이 있는데요.
인생은 한 번이고 지금, 이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중이기 때문에 유 차장님처럼 남의 인생을 대신 살기보다 자신의 남은 인생을 아끼고 그로부터 발전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체가 된다면 밝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긍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래의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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