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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 퇴사하고 싶지만 퇴사하지 않겠다는 고인물 직장 상사의 자진 퇴사 일화를 소개했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최근 3년 동안 7번의 이직을 하면서 험난한 이직의 세계에서 물어뜯기는 상황에 놓이게 된 원인 제공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건의 발단은 다니던 회사 대표님께서 뜬구름 잡는 투자를 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데요.
대표님의 개인정보는 소중하므로 원활한 전개를 위해 오 대표님으로 설정해 보겠습니다.
저는 7번의 이직 전에 9년 6개월을 한 직장에 다닌 경력이 있습니다.
자그마치 10년이라는 세월이 짧다면 짧다고 말하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잖아요?
회사를 5년 정도 다녔을 무렵 지병 악화로 시술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다른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대표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퇴사하지 못했습니다.
시술 후 차도가 일절 없어서 1년 뒤 결국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수술 후에도 담당 교수님께서 너는 똑같은 증상의 환자보다 치료가 늦었기 때문에 그 대가로 6개월은 지나야 회복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수술 전에도 ‘아파서 죽는 게 이런 거구나’ 하면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수술 후에도 계속되는 통증으로 이번엔 진짜 퇴사가 불가피한 상태였습니다.
수술했을 당시는 우연히 저의 여름휴가 기간이었는데요.
건강 상태가 엉망인 나머지 급하게 수술해야 했기에 회사에 통화로만 사정을 말씀드리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수술 결과는 괜찮았는데 당장 걷거나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릴 정신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후임자가 빨리 구해졌는데요.
이 후임자께서 일주일 근무하고는 출근을 안 하시겠다는 겁니다.
업무 중에 어렵진 않지만 조금 까다로워서 처음 하면 하기 싫을 만한 일이 있었는데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분도 싫으셨던 거죠.
대표님께서는 추가 인원을 보충해 주겠다고 설득하셨다는데 그래도 후임자께서 근무를 거부하셨습니다.
대표님은 집 근처로 오셔서 저를 설득하셨고 ‘급하게 수술한 내가 죄인인가 보다,, 얼마나 인수인계를 못했으면 나보다 경력이 10년 넘게 많은 사람이 일주일 만에 퇴사하는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어서 마음을 비우고 3주 후 다시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택시를 타고 월급이 많이 나올까~? 택시비가 많이 나올까~? 저울질하는 나날을 보내며 조금씩 건강이 나아졌습니다.
웬만하면 쉬었다가 이직하고 싶었지만, 회사에 입사할 때 대표님께 지은 마음의 빚이 있어서 힘들 때 도와줬던 사람을 뿌리치는 건 의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 중반에 직장 생활과 병행하면서 업무 관련 야간대학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20살 때 배웠던 전공과 전혀 다른 직종으로 진로를 변경하다 보니까 다니던 직장에서 야간에라도 좀 배우라고 권유해 주셔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다녔는데 이번에는 휴학을 권고하셨습니다.
‘학교 방학과 주말에 업무를 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매우 부족해서 휴학 얘기가 나왔나 보다’ 싶어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직장은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제가 20살도 아닌데 여기서 배움을 멈춘다는 건 ‘휴학 is 중퇴’라는 생각에 ‘아직 일할 날이 많으니 상아탑에서 와신상담하다 보면 다음 직장에서는 좀 더 일을 잘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커서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낮에는 놀다가 밤에는 공부하러 가는 그런 형편은 못 돼서 일을 해야 하는데 업무와 관련된 학교에 다님에도 저를 원하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낙담의 골짜기를 꾸역꾸역 지나던 중에 오 대표님이 경영하시는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요.
다른 회사와 달리 오 대표님은 야간에 학교 다니는 저를 긍정적으로 봐주셨습니다.
두꺼운 발목을 매번 붙잡고 늘어지던 상아탑이 금자탑을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 것이었습니다.
대표님의 회사에 다니면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학교와 병행했는데요.
시험 기간에는 회식 날짜를 변경할 정도로 배려를 해주셔서 ‘내가 죽기 전에 이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정말 선비 같고 바르고 이성적인 분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알려준 정보로 투자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자책골을 넣은 상황이라 그 쉬운 남 탓도 할 수 없는 일을 왜 벌이셨는지 아직도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수술 후 2년이 지났을 무렵 건강 상태는 많이 회복되어 있었고 당시 함께 근무하던 직장동료들과도 합이 잘 맞았기에 프로젝트마다 특별한 과오나 돌발 상황 없이 잔잔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요.
어느 날부턴가 소신과 원리원칙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살아오셨던 오 대표님께서
눈빛이 험악하게 달라지고 낯빛은 반주라도 하신 분처럼 울긋불긋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눈빛과 낯빛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도 저의 촉을 자꾸 움직이게 했는데요.
이런 낯선 모습은 강도와 횟수가 다변화를 보이면서 대표님께 말을 붙이기가 버겁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담당 업무와 관련된 사소한 일이라도 가능하면 대표님께 보고하고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 주시길 바랐는데요.
대표님의 업무 성향도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항시 보고 받길 원하셨는데 대표님 실에 가는 게 점차 꺼려졌습니다.
그동안 감정 기복이 없는 분인 줄 알았는데 출근하실 때의 기분과 퇴근하실 때 감정선이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매출 관련 얘기라도 할라치면 푼! 돈! 운운하시면서 노동의 가치를 비하하기도 하셨는데요.
‘갑자기 사람이 변하면 이성, 음주, 도박 이 세 가지 중의 하나다’
라는 풍문을 들은 기억이 있어서 대표님께 무슨 일이 닥쳐서 직원들에게 간헐적으로 화를 내시는지 예의를 갖추다가 주시하는 걸로 변경해 보았습니다.
대표님의 혼자만 이유 있는 화는 직원들을 퇴사의 길로 인도했는데요.
해고인 듯 해고 아닌 해고 같은 퇴사를 하는 직원들은 직장도 잃고 심신의 안정도 잃었습니다.
평소 오 대표님께서는 정리 정돈을 매우 깔끔하게 하시고 본인 물건에 애착이 있는 분이셨는데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만진 본인 물건에 기분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혈기 왕성한 분은 아니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이성을 잃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고객이나 거래처에서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렸다 싶으면
담당자는 대표실에 불려 가서 예전과 다른 언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급기야 거래처의 말만 듣고 몇 해 동안 성실하게 일해왔던 직원의 인사고과에 사심 가득한 저 평점으로 퇴사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갑자기 퇴사 얘기를 꺼낸 직원이라 해고의 물결에 휩쓸려버린 자율 퇴사 같지 않은 자진 퇴사를 보면서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 결국 저만 남게 되었고 단독으로 이일 저일 하려니 화장실 갈 시간, 점심 식사 메뉴 고를 시간도 없이 세상일을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넓지도 않은 사무실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는데요.
홀로 점심을 먹다 보니 혼자 물어보고 혼자 답하는 것도 지루해서 사무실의 현실과 반대되는 식당이라도 천국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김밥을 파는 천국에 가서 하루에 한 메뉴씩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께서 또다시 붉으락푸르락하는 모습으로 저를 부르시더니 고객사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면서 이성적이지 못한 면모를 보이시는 겁니다.
‘어떤 업체에서 어떤 분에게 연락이 왔나요?’라고 여쭤봤습니다.
모든 고객들의 전화를 너나 할 것 없이 받으니, 저도 그 회사를 알고 통화 내용을 회상해야 반성을 할 수 있지 않겠냐 싶어서 별생각 없이 여쭈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대뜸 그런 건 알 거 없고 네가 잘못한 게 없으면 그만이니 나가 보라고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참 대화가 잘 통하던 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습니다.
그 와중에 대표님 책상 모니터에 어떤 주식 창이 띄어져 있는 걸 보고 ‘아~ 지금까지의 마비된 사고는 저거였구나!’ 싶었습니다.
빨간 선~ 파란 선~ 출렁거릴 때마다 오 대표님의 바이오리듬 또한 날뛰었다는 건데 중년도 아니고 노년이 되어가시는 연세에 무지성 투자로 감정이 태도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니 저도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었습니다.
남의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행여나 담당자가 없다는 고객사의 불만이라도 하나 나올까 싶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뜬구름 잡는 잡주로 노동의 대가를 무시하며 저보고 열심히 일하지 말라하시던 대표님께 왜 직원을 다 내보내셔서 하릴없이 불평불만을 들을 원인을 제공하셨냐고 되물었죠.
회사의 경영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제가 가장 오래 다녔으니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인력 대체를 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안 괜찮은 거 좀 알라고 툭하면 돈타령가를 부르시면서도 자꾸 괜찮다 괜찮다 하시길래 ‘그러면 다음 연봉 협상 때 급여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한 적도 있는데요.
대표님은 자존심으로 사시는 분이라 그런 말은 못 견디실 게 뻔하기 때문에 급여를 줄이는 대신 근무 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업무는 동일하거나 많아질 것이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는 거래였죠.
귀한 시간을 내셔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중에 사업가가 아니라 직장에 소속된 근로자시라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 상상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제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집안에 돈은 많은데 그렇다고 뒹굴뒹굴하기 뭐해서 ‘남들 다하는 직장 생활이나 해볼까?’ 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건강이 안 좋아서 일도 겨우겨우 하면서 밥벌이를 안 하면 먹여 살려 줄 사람이 없는 미혼이었던 저로서는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보통의 근로자였는데요.
그런데도 회사의 안정을 위해서 피와 살 같은 연봉을 깎겠다는 제의를 하기가 솔직히 쉬웠을까요?
야간대학을 다닐 때 받았던 배려가 생명의 은인과 같아서 누가 사장인지도 가끔 헷갈릴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는데 끝을 알 수 없는 대표님의 화딱지에 제 마음에 생긴 상처에도 딱지가 생길 예정이었습니다.
며칠 고민 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라는 건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하는데요.
부모 자식 사이에도 언젠가는 헤어지는 마당에 보통의 인간관계라는 건 언젠가 끝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만났을 때 최선을 다했다면 헤어질 때 아쉬움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누구와의 어떤 인연이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상대방이 다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한다고 하지만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에 계속 화를 내는 상대방을 보면 ‘아 이제 이 사람과의 인연이 다했구나’라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관계는 불쏘시개처럼 서로 간의 소임이라는 것이 있고 감각적으로 그걸 느끼곤 합니다.
오 대표님께도 그게 느껴졌던 거죠.
상대방을 더 이상 행복하게 만들어줄 능력자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님은 약간의 설득을 하셨지만 이미 사이가 너무 틀어졌고 다른 직원의 퇴사와 혼자 업무 처리를 해온 그간의 스트레스로 몸도 제 마음과 틀어지려는 찰나라 돌이키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오전에 구인 공고를 봤다는 한 구직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요.
잠시 통화해 본 결과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말 그릇, 현재 회사 상황 등 이분이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에 회사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생각해 보시고
면접 의사가 있다면 오후에 전화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얼굴은 뵙지 않았지만, 면접관으로서 여러 번 구직자들을 만나본 터라 미약하게나마 직장 동료 알아보는 눈이 있었는데요.
회사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연락을 안 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께서도 마침 출근을 안 하셔서 별도의 보고는 하지 않았는데요.
점심시간이 지났을 무렵 오전에 그 구직자 분이 다시 전화를 주셔서 면접을 보러 오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대표님께서는 면접자가 올 때마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는 둥 고향이 어떻고 혈액형이 어떻고 가족관계가 어떻고 등의 본인만의 강한 기준으로 괜찮은 경력자들을 배제하셨는데요.
과거 대표님의 직원 채용 의사가 있다면서 없는 안일한 태도에 늘 버겁다가 결국 다 놓치고는 급하게 채용하는 모습을 몇 번 봐서 이 구직자 분은 왠지 대표님의 까탈스러움을 막아 줄 용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두 번째 전화를 받고 나서야 대표님께 여쭤보고 일정을 잡아 대령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대표님께 연락을 취했는데 내일 면접 보러 올 사람이 있고 이미 유선 상 거의 채용이 돼서 얼굴이나 보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아, 내일 오시는 분도 대표님 마음에 드는 분이시구나’ 하고 저로서는 어쨌거나 후임자가 빨리 구해졌으니, 안도의 숨을 내뱉고는 통화했던 구직자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다음날 저보다 10살 정도 많은 분이 면접을 보러 오셨습니다.
면접은 빠르게 종료되었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셨는데요.
며칠 함께 근무해 보면서 ‘남성들에게는 여성의 외모가 업무 능력이구나’ 싶어서 이분이 퇴사하기 전에 빨리 다음 직원을 구하고 제가 먼저 퇴사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새로 오신 분은 직급이 부장이셨는데요.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 부장님으로 명하겠습니다.
저와는 업무 성향이 전혀 안 맞는 이 부장님은 정리 정돈이라고는 본인 옷차림 정갈에만 신경 쓰는 분이라 화려한 외양만큼 책상 위의 서류도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부장님의 궁금증을 해소하러 갈 때마다 집중력을 마구잡이로 빼앗아 가셨습니다.
인수인계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나자 부장님은 저희 사무실에 조금씩 스며들고 계시는 듯 보였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며칠 근무도 안 하신 부장님께 일주일만 쉬고 오겠노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표님께는 무급 휴가를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며칠 쉬었다고 ‘생기’라는 것이 돌아서 조금 나아진 얼굴로 출근을 할 수 있었는데요.
잡주에 눈이 멀어 사람 보는 눈까지 희미해지신 대표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는데 연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터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부장님이 혼자신데 채용을 더 안 하고 퇴사해도 되는 건가요?’ 했더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신경 끄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새로 오신 부장님이 굉장히 마음에 드셨나 봐요.
몇 달 뒤에 중대한 프로젝트가 있었고 아무리 쓰러져가는 회사라도 담당자가 혼자 있는 상태에서 업무를 진행하기란 어려워 보였는데 ‘또 어디선가 추가 직원을 구하셨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마무리하고 퇴사할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느끼는 바가 있으셨는지 좀 생각을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점심시간 동안 저도 생각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어차피 퇴사할 건데 이 회사의 주인이 괜찮다는데 제가 뭐라고 걱정을 하나 싶었습니다.
그저 맡았던 업무의 인수인계를 잘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저와 대표님 사이에 남은 악덕을 그나마 미덕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마음먹었습니다.
더구나 부장님과는 업무 성향이 안 맞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날 오후 ‘대표님께서 깊이 생각하시고 어련히 알아서 계획을 잘 짜놓으셨을 텐데 제가 나선 것 같습니다, 오전에 말씀하신 대로 연말까지 근무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부장님을 불러달라 하시길래 업무에 복귀했는데요.
대표님은 부장님과 회의를 마친 후 퇴근하셨고 부장님은 뜬금없는 말씀을 저에게 하셨습니다.
앞으로 혼자 근무를 해야 하고 제가 퇴사한다는 걸 대표님께서 방금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표님은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직원에게 어떠한 상의도 없이 본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저에게 퇴사 같은 해고로 복수를 하셨던 거죠.
부장님이 자초지종을 물으시는데 딱히 할 말도 없고 남 탓한들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라 ‘저는 퇴사할 사람이고 부장님과 대표님은 앞으로 함께하실 분이니 궁금한 점은 대표님께 문의하시고 어떠한 이야기를 하시든 주장대로 믿으시면 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한 달 동안 인수인계서를 준비하였습니다.
10년 가까이 근무를 하다 보니 고객사에 대한 이력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최대한 자세하게 모르는 사람이 와서 서류만 봐도 이해가 되도록 작성하였습니다.
대표님은 제가 입사할 당시 신뢰하던 직원에게 배신당한 적이 있어서 저 또한 억하심정을 가지고 인수인계를 잘 안 해주면 어쩌나 걱정하셨을 것 같았는데요.
감정은 감정이고 일은 일이니,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고 수술했을 때처럼 다시 재입사하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기간을 오래 두고 생각의 생각을 쏟아부었습니다.
마지막 근무 날 점심에 송별회를 하는데, 다행히 인수인계가 마음에 드셨는지
부장님께서 이런 인수인계는 받아 본 적이 없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자존심을 지키고 프로가 되자 혼자 마음먹은 것뿐인데 잘한 것도 없는 제게 적절한 시점에 칭찬을 해주셔서 대표님의 낯빛에는 아주 오랜만에 ‘다행’이 서려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 실에 불려 갔는데 갑자기 봉투를 주셨습니다.
무급 휴가로 공제 처리되었던 급여가 들어있었습니다.
인수인계 이야기를 듣고 뭔가 좋게 끝내고 싶으셨나 봐요.
그러고는 본인이 주식 투자를 했는데 그게 잘 안 돼서 그동안 건강도 안 좋아지고 회사의 상황도 안 좋게 만든 것 같다고 급하게 훈훈한 마무리를 지으셨습니다.
결국, 잡주 투자는 휴지가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확정되었던 거죠.
이미 눈치를 다 채 버려서 그냥 영혼 없이 '기다리시면 다시 오르겠죠'라고 위로를 건넸습니다.
9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근무한 직장에서 유쾌하지 못한 모습으로 매듭을 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직장 생활은 더 유쾌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을 정말 조금도 하지 않았는데요.
세상 앞에서 인간은 너무 미약한 존재입니다.
대표님께서 평소 허황한 꿈과 허세로 이른바 한 방을 노리는 분이셨다면 실망이라는 단어 자체를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요.
투자와 투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삼성전자, 코카콜라, s&p500 같은 제가 살아있는 기간보다 더 오래 살아있을 것 같은 회사들의 주식 투자도 해보았습니다.
재무제표 없이도 누구나 다 아는 종목이라 주식 투자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준은 아닙니다.
평범했던 사람이 갑자기 무언가에 홀리면 어떻게 변모하는지 대표님의 변천사를 지켜보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주식 투자자들의 책과 강의도 들어보았는데요.
재테크의 한 분야니까 알아두어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고 저의 투자 성향에 주식이 맞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대표님처럼 모니터 앞에서 빠르게 샀다~ 팔았다~를 하면서 운이 좋으면 손가락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주식 투자인 줄 알았는데요.
주식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수십억 대 자산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불로소득이라는 건 투자에는 없고 투기에만 있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투자로 잉여 소득을 만든 사람들은 내가 본 잡주가 왕이 될 상인지 본인 발로 뛰어다니면서 직접 경험을 하셨는데요.
투자 대상 회사의 발굴을 위해 현장 방문은 물론이고 관련 인터뷰와 신규 사업에 대한 조사까지 쉽게 버는 돈은 한 푼도 없었습니다.
사업 보고서, 분기 보고서, 반기 보고서 등의 회사에서 작성한 서류 외에도 본인이 왜 이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지 회사를 경영하는 심정으로 분석의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반해 전문투자자들보다 연륜이 두 배 가까이 많은 오 대표님께서는 금융감독원이 떠 먹여주는 전자공시 시스템도 안 보시고
출처도 모르는 감을 주워서 감당하지도 못할 금액을 끌어다 넣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셨던 겁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업이라는 걸 하시면서도 남의 사업에는 피땀 흘려 번 소중한 자산을 풍덩~풍덩~ 담그시면서 저의 이직 수난 시대의 개막을 열어주시기도 하셨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서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만큼 특정인에 대한 책망이나 허물을 벗기시기보다 투자금을 어딘가에 갖다 주기 전에 내가 지금 하는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명확한 기준을 스스로 제시”하시어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에 경제적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현명한 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이 있었는데요.
빠르게 부자가 되는, '너에게만 알려주는 비밀'같은 건 “없다”라고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래의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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