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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 물고 늘어지는 재입사의 저주 덕분에 면접 가서 돌팔매를 맞게 된 일화를 소개했었는데요.
직장 상사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와서 그동안 만나왔던 상사 중에 내일부터 안 만나고 싶은 세 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분들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는다면 '상사가 되었을 때 성공한 리더는 못 돼도 최소한 무능한 선배라는 이야기는 후배들에게 듣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후 실천에 옮기려 노력 중인데요.
개인의 취향일 수 있어서 가볍게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년 전 최악의 직장 상사라 할 수 있는 소시오패스 성향의 상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상사이기 전에 심각한 수준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잖아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조차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첫 번째 분은 부하직원 퇴사일까지 본인 업무를 전가하는 상사입니다.
주인공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 소시오패스 상사와 함께 거론되었던 권 실장님이십니다.
소시오패스인 유 차장님이 너무 악질이라
실장님의 꼰대 기질이 살짝 가려졌었는데요.
둘이 묘하게 어울리는 공생 관계였습니다.
걱정이 많은 분이라 그 모든 노파심이 ‘잔소리’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가만히 두지 않으셨는데요.
잔소리는 어떤 일을 해낼 가능성이 적거나 그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 또한, 그 일을 못 할 것이라는 노파심으로부터 무의식을 통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본인의 무능을 상대방에게 투영하면서 스스로 못났음을 인증하는 행위인 거죠.
아무래도 회사의 관리자이다 보니 사무실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부하직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는 하는데요.
실장님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프로젝트의 마감 기일도 많이 남았는데 설레발로 주변 사람들을 들~들~ 볶는 성품이었습니다.
실장님과 1차 면접 종료 후 ‘이분은 걱정을 사서 하시는 분이구나!’라는 연구 결과를 얻게 되었는데요.
그러한 연유로 정식으로 근무할 당시 실장님께 근심이라도 생길까 봐 평소 제 성향보다 도를 넘어서 보고서도 빨리 제출하고 수시로 업무 진행 상황도 말씀드리고 안 물어봐도 될 만한 것들까지도 하나~하나~ 여쭤보면서 실장님의 평안한 마음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팔자는 자기가 꼰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평온한 마음을 선사하려고 노력해 봤자 실장님이 생각하는 기준대로 업무가 진행되어 있지 않으면 심정적으로 불안하신 분이라 잔소리는 끝이 없었습니다.
고객이 오셔서 차라도 대접하고 나면 유리잔에 나가야지, 왜 종이컵을 사용했냐고 다짜고짜 탕비실로 불러서 일장 연설을 하셨습니다.
‘유리잔에 나갔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제야 종이컵에 음료를 담은 줄 알았다면서 머쓱해하셨습니다.
이 회사에 있는 상사들의 공통점은 신기할 정도로 경솔하고 경박해서 정말 불혹을 넘어 지천명까지 하루하루 생존해 온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소시오패스인 유 차장님 한 명을 헤쳐나가는 것도 버거웠는데요.
실장님까지 가세하는 날에는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직원들이 사무실 청소를 하는 날에는 한 분이 왼쪽부터 청소기를 밀라고 하셔서, 다음 청소 때도 같은 방식으로 했더니 이번에는 다른 한 분이 오른쪽부터 청소해야지 왜 왼쪽부터 하냐면서 답답해하셨습니다.
어차피 다~아 청소할 예정인 작은 사무실인데 쓸데없이 서로 기싸움을 하며 훈수 두기에 여념이 없었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지자 실장님과 면담하면서 사무실 내부 관리용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이랬다~저랬다~ 그날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회사 생활이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도 아니고 본인의 감정에 따라 후배 직원들을 대하는 건 통솔이 아니라 권력 남용인 거죠.
회사에 입사하면서 초반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요.
일이 많기도 했고 빠른 적응을 위해서 몰입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실장님이 부르시더니 “넌 개인주의자 같아, 너무 일만 해.” 이러시는 겁니다.
말씀을 듣고, 인간의 이기심은 종류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무에 빨리 적응하는 게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해서 좋을 것 같아, 입사 초반 말수가 적을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했음에도 “너무 그렇게 일만 하지 말고 개인주의자처럼 굴지 말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해라~” 뭐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면 사람 냄새나는 회사와 상사가 되는 건데 아쉽게도 이곳은 아니었죠.
하루는 24시간이고 이 회사의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7시간도 안 되었는데요.
정말 쉬엄~쉬엄~하면서 업무 진척도 안 되고 보고서도 안 올렸으면 수일 전부터 들들 볶았을 분이 하실 말씀이 아닌데 ‘자기 자신은 스스로를 참 모르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소시오패스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때도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언니라고 생각하고 네가 말 좀 걸고 잘해봐~"였습니다.
참다못해 한 번은 “실장님~ 실장님 따님이 회사라는 곳에 출근했는데 직장 상사가 [ 날 언니라고 생각해 ]라면서 사사건건 시비에 망신 주고 말끝마다 질책하고 부하직원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면서 뭐라도 하나 걸리라는 심보로 따님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했다면 그래도 [ 상사가 그럴 수도 있지, 언니라고 생각하고 네가 좀 잘해봐 ]라고 말씀하실 건가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실장님은 아무 말씀도 없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관심이 없었다고 할 수 있죠.
저는 딸이 아니니까 직장 상사에게 망신당하든 질책을 겪든 본인은 관리자 급여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요.
결국, 저는 저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 이 회사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실장님께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여러 번 부하직원이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리더의 직무를 무시한 채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소시오패스 유 차장님의 격에 맞지 않는 언행과 태도 등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방관하셨고 그 대가로 4개월 만에 또다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야 했습니다.
이때도 참 한결같으셨는데요.
"대표님이 너한테 잘해줬는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퇴사 원인을 제 탓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야 본인의 무능한 민낯을 모른 척할 수 있겠죠.
이렇게 된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복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안 하고 어떻게든 한 마디 꾸짖어서 종잇장 같은 감정을 해소하기 바쁜 분이었습니다.
다시 이렇게 건의드렸습니다.
‘네 그럼 퇴사 안 하겠습니다. 저도 퇴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장님과 차장님 그리고 저 세 명 중의 한 명은 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실장님이 퇴사하시겠어요? 유 차장을 내보내신다면 제가 퇴사 안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퇴사 안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본인의 이기심에 걸맞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아무 말도 안 할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본인의 퇴사 얘기가 나오니 빠른 속도로 저의 후임자를 영입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퇴사하는 날이 되었는데요.
전날 내일이 마지막 근무니까 정리되면 일찍 퇴근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 근무 날 오전에 모든 인수인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후임자분에게 인수인계서를 살펴보시다가 궁금한 부분 있으면 물어보시라 하고는 옆 책상에서 잔무를 보고 있었는데요.
실장님이 조용히 저에게 오시더니 본인의 업무를 내미셨습니다.
퇴근 시간은 남았고 인수인계는 끝났으니, 일을 시키는 거죠.
저희 사무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는데요.
평소 9시쯤 출근해서 그날의 업무 준비를 했었습니다.
근무 마지막 날 실장님께서도 일찍 출근하셨길래 후임자가 오기 전에 인수인계 마무리 보고를 했습니다.
서류와 정리 상태를 보시고는 본인의 업무 성향과 맞는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잡무를 종종 도와드리긴 했지만, 업무 대행을 하지는 않았는데요.
후임자를 위해서 일부러 비워둔 일정을 인수인계가 끝났다고 본인 일을 시키는 건 마지막까지 남은 미운 정 마저 탈~탈~ 털어버려 주시는 사려 깊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날 후임자분은 점심 식사 후 저와 둘이 있을 때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출근 시간을 9시 30분으로 알고 있는데, 실장님께서 9시 10분까지 오라고 하셨다면서 "다들 일찍 오시나 봐요..." 하시는 겁니다.
단호하게 9시 30분이 출근 시간이니 9시 29분까지 오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와 집이 멀어서 통근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는 분이었는데요.
제가 9시 언저리에 출근하다 보니 그걸 또 새로운 후임자에게 입사하자마자 웃으면서 강요하고 계셨던 거죠.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대표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는 점이었는데요.
장점은 곧 단점이라고 가장 큰 단점 또한 대표님만 좋은 분이었습니다.
실장님은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 정도의 친분으로 적당한 분이었습니다.
한 회사의 관리자로서 직원을 통솔하고 업무를 지휘할 만한 카리스마 대신 그냥 인상 좋고 특별한 것 없는 동네 주민이 어울렸던 거죠.
소시오패스 직원은 건드려봤자 야비한 태도만 보이고 제멋대로 다 보니 그저 만만한 게 평범하게 일하는 직원들이었습니다.
권 실장님을 겪으면서 배운 점은 업무를 지시할 때는 팀원들을 믿어주고 배가 산으로 갈 때는 지휘관으로서 사내 통제와 조정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분은 입사 전후 언행일치가 안 되는 상사입니다.
최근 3년간 7번의 퇴사를 하면서 직장 생활의 고난을 정통으로 마주했는데, 그 중심인 네 번째 퇴사를 도모해 주셨습니다.
다른 글에서 여러 번 퇴사를 언급했는데요.
4번째 퇴사는 단 하루 근무라는 쾌거를 통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강렬한 날을 만들어주신 성품의 기본값이 이중인격인 분 이기도 합니다.
이분의 직책은 실장이었는데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김 실장님으로 부르겠습니다.
김 실장님께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주셔서 약속 당일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면접관은 실장님과 대표님이셨는데요.
건강상의 이유로 평일에 야근이 불가능하여 혹시나 사무실 분위기를 흐릴까 싶어 지원 시에도 메모하였고 면접 당일 재차 여쭤보았습니다.
정말 야근을 못할 만큼 건강이 안 좋다기보다 야근을 위한 야근은 소중한 인생을 소모하는 거라 생각하는데요.
일은 업무시간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제 개인사를 살기 위해 줄곧 건강을 핑계 삼습니다.
회사가 밥그릇을 책임져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도맡아 살아주진 않으니까 일정한 퇴근 시간은 귀중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출근할 수 있지만, 평일이 어렵다고 하자 대표님 옆에 있던 김 실장님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우리는 야근을 강요하지 않아요~ 야근할 일도 별로 없습니다~ (미소) 바쁘면 본인이 자율적으로 하는 거죠~"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전임자가 한 달 전에 퇴사했다면서 바로 출근하길 바라셨습니다.
합격 통보를 받고 이틀 뒤 출근이 결정되었습니다.
첫날 개인적으로 사용할 짐을 챙겨 회사에 갔는데요.
어떤 중년 남성분이 본인이 이 회사의 이사라면서 사용할 책상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업무가 이미 책상에 올려져 있었는데, 이사님이라는 분께서 업무 관련 지시도 하셨습니다.
사무실에는 이사님과 둘 뿐이었고 아직 출근 시간 전이라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는데 마침 한 직원분이 출근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직급은 낮은 분이라 묻는 말에 공손히 답해주셨는데요.
이분께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이 회사는 오늘만 나와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첫날인데 출근하자마자 인수인계고 뭐고, 바로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가져온 짐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이름 모를 피곤함에 찌든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자, 실장님이 출근하셨는데요.
면접 때와는 다르게 인사도 안 받고 얼굴도 굳은 채로 사무적인 지시를 하면서 거래처인지 친구인지 몇 시간을 수화기만 붙잡고 계셨습니다.
뭣도 모르고 ‘실장님께서 아침에 출근하시다가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 보네’ 하고 이사님이 시킨 일에 집중하였습니다.
사무실 분위기는 회사라기보다 친목회 같았고 점심시간은 야유회 가서 야자타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우아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곳의 상사라는 분들은 너무 상스러워서 난생처음 무료로 관람하게 된 기이한 박물관에 들른 기분이었습니다.
실장님은 온종일 말 한마디 걸지 않고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구기고 계셨습니다.
직장 상사들을 만나면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보통 나이를 헛먹은 사람들의 일관된 특징이 있는데요.
본인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회사에 경력직 사원들이 새로 입사한 경우 심리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 텃세를 통한 기선제압으로 유세를 펼치곤 합니다.
김 실장님의 수준도 몸만 자란 미성숙한 어른이었던 거죠.
주어진 업무만 하고 ‘퇴근하면서 퇴사해야겠다’ (우앙)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열심히 오늘의 할 일을 마무리 짓고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였는데요.
5시 30분쯤 업무가 마무리되어서 실장님께 결재를 올렸습니다.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다가 보고서를 보시고는 우리 회사는 보고서의 양식이 별도로 있다면서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시는 겁니다.
업무 시작부터 말해주는 건 텃세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제 자리로 빈 양식을 보내 주겠다고 하시길래 공손히 ‘네 알겠습니다.’ 하고 남은 작업 후 두 번째 보고를 했습니다.
최종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마무리하고 첫날부터 정시에 퇴근하면 무능한 상사의 마음을 달래줄 신고식이 아니죠.
한 번 더 추가 작업을 주시고는 그것마저 마무리하자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이사님께 결재를 맡으라고 하셨습니다.
이사님 실로 가서 노크하고 문을 열었는데요.
인품만큼이나 아름답게 양다리를 꼬아 책상 위에 턱 하니 올리시고는 휴대전화를 보시다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6시가 넘었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실장님과 이사님은 기존 직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하셨습니다.
메뉴에 심취해서 저에게 아무도 관심을 안 두길래 오전에 들고 갔던 다행히 풀지 않은 짐을 그대로 들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께는 사무실의 높은 수준에 감히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아서 근무를 못 한다는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기괴한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할 때 놓친 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구인·구직사이트를 뒤적였습니다.
어렵지 않게 과거 근무자들의 경험담을 찾게 되었는데요.
김 실장님의 몰상식은 저에게만 유별나신 게 아닌 일상이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싶었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근무를 포기하신 분들이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실장님은 미혼에 애인도 취미도 없었는데요.
할 일이 없으니, 시간은 남아돌고 왕 노릇 할 만한 곳은 오로지 직장밖에 없으니 늦게까지 퇴근을 안 하면서 직원들까지도 퇴근을 못 하게 붙잡았던 거죠.
집에 가면 혼자 밥 차리기 귀찮고 내 돈 내고 내 밥 사 먹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오전에는 지인과의 수다에 인터넷 쇼핑에 입으로만 일하다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그제야 노동의 참맛을 느끼는 시늉을 하면서 저녁도 때우고 직원들과 함께 있으니 늦은 시간까지 외롭지도 않고 진정한 행복을 만드는 중인 거죠.
정말 업무가 많아서 야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시간 안배를 잘하고 체계적인 업무 분담으로 어떻게든 야근을 줄여서 효율화시키려 노력합니다.
시간도 돈과 똑같으니까요.
야근이 필요한 사람들이 야근을 위해 노력하죠.
하루만 근무하고 이 회사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건 올바른 행동이 아닙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앞뒤가 다른 사람은 특별히 이날만 오작동한 게 아니라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살아왔고 미래에도 비슷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김 실장님을 겪으면서 배운 점은 인간은 항상 내일까지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또 그 할 일을 내일까지 못 할 만큼 바빠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분은 믿는 구석도 없이 일을 안 해버리는 상사입니다.
이분은 9년 6개월을 재직했던 회사에서 입사 초기 2년 정도 함께 근무했던 과장님이십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 과장님으로 지칭하겠습니다.
이 과장님은 앞에 얘기했던 두 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차원 높은 세계에 사시는 분이었는데요.
과거에 과장님은 맡은 바 직무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분께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제가 입사한 후부터 일을 잘 안 하셨는데요.
서로 팀이 달라서 내부 사정은 모르겠지만, 특별히 바쁜 일은 없어 보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육아 스트레스를 인터넷 쇼핑으로 푸셨고 배송비가 추가되는 상품을 사게 되면 후배들에게 너도 사라며 권력을 강매에 휘두르셨습니다.
저도 강요 때문에 필요 없는 물건을 몇 번이나 산 적이 있습니다.
과장님은 육아 스트레스에다 맞벌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평일에 친정 부모님이 키워주셨고 배우자는 야근이 많은 직업군이라 제가 아는 다른 영유아 가정보다 스트레스가 적을 것처럼 보였는데요.
불평과 불만은 만들어내기 나름이라는 걸 과장님을 통해 보았습니다.
본인의 임무를 나눠서 부하직원들에게 시키고는 최소한의 검토도 하지 않으셨고 제반 사항을 알려주지도 않으셨습니다.
소통도 문서도 없이 무작정 일만 시키시니 과연 그 업무가 제대로 되어있었을까요?
모든 회사 업무에는 기획 단계가 있고 그 기획이 계획대로 진행되다가 마감 기한 안에 완성이 돼야 수익화로 이어지는 거잖아요?
마감일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관리자이자 상사께서 결국 마감 시일을 넘기고 십여 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해고인 듯 해고 아닌 해고 같은 퇴사를 하셨습니다.
마감 시한을 못 지킨 프로젝트는 대표님께서 지인분들을 동원하여 부랴~부랴~ 저희 회사 직원들과 함께 마무리 지었는데요.
그런데 이 일화는 과장님이 퇴사하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손 놓고 업무시간에 취미생활과 인터넷 쇼핑만 즐기시다 떠난 빈자리에는 몇 년 치의 과오가 쌓여있었고 그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했는데요.
후임자로 오신 분은 자그마치 2년 동안 과장님이 방관해 둔 일을 뒷수습하시다 장렬하게 퇴사의 길로 가버리셨습니다.
그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끝났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았는데요.
고객사에서는 법정 소송까지 걸면서 직원 한 명의 퇴사로 회사가 휘청이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과장님의 퇴사 후 버려두었던 일거리들로 직원들은 몇 년 동안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과장님의 근무부터 퇴사, 그리고 퇴사 후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를 지켜보면서 마감 날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는데요.
이 과장님을 겪으면서 배운 점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오늘이 된 내일이 내 인생을 밀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늘 할 일을 오늘 다 못할 수도 있지만, 내일은 미루지 말고 꼭 지키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났었던 상사분들 중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일화를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세분의 특징만 따라 하지 않아도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과 저는 최소한 평범한 직장 상사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상사분들을 만났을 때는 힘들었지만, 실패한 직장 상사가 되지 않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이니만큼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직장이라는 곳은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각자의 생계를 위하여 잠시 일로 만나는 곳이잖아요?
회사의 이익은 결국 나의 살길을 도모해 주는 이익이니까 직장 동료는 내 삶의 절반을 책임져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급여가 많은 사람은 많은 만큼,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각자 자리에서 회사의 매출 달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힘들 때 서로 돕고 부족한 부분은 친절히 채워주면서 아름다운 사회생활 &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래의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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