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life is all about relationships.

  • 2024. 12. 23.

    by. SAiNJEoN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 해고의 시련을 극복하고자 찾아뵈었던 타로 선생님과의 일화를 소개했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눈앞의 취업보다 인생을 멀리 보라는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불운은 극복이 아니라 피하는 건데 다시 한번 불운을 극복해 보려다가 이번에는 취업해서 직장 상사를 만나기도 전에 문전에서 호된 가르침을 받게 된 일이 있었는데요.

    오늘로 세 번째 언급될 오 대표님과

     

    진저리 나는 악연에 종지부를 찍게 도와준 오지랖 면접관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타로 상담소를 다녀온 후 4개월 뒤 취업을 위해 다시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요.

    사실상 이직에 대한 의지가 0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며칠 전 만난 지인분의 다시 한번 도전해 보라는 충고로 마음을 다잡고 구인·구직사이트를 활보해 보았습니다.

     

    어떤 회사에 이력서를 접수하게 되었고 다음 날 면접 볼 의향이 있으면 답장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문자에는 친절한 말투로 날짜와 시간이 몇 개 적혀있었습니다.

    나흘 뒤로 면접일을 조율하고 회사에서 올린 구인 공고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는데요.

    채용 사유 중에 전임자가 육아휴직을 가게 되어 후임자를 구한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보통 1년으로 알고 있어서 전임자가 퇴사한다는 건지, 1년만 휴직을 한다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혹시나 1년만 근무할 사람을 채용하는 회사라면 저와는 맞지 않는 곳이었기에 면접을 포기할 생각이었습니다.

    전화를 걸어서 통성명 후 육아휴직과 관련한 문의를 했더니 어떤 젊은 남성께서 친절하게도 전임자는 퇴사할 가능성이 크고 복귀한다고 해도 이번 채용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면접 전날이 되어 약속 확인 차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일 면접 보기로 한 사인전이라고 합니다~. 면접 날짜와 시간 확인하려고 전화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며칠 전 통화했던 남성분이셨고 변동 없다고 하셔서 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면접 당일 전날 메모해 놓은 주소를 보고 30분 전 회사가 임차해 있는 건물 로비에 도착하였습니다.

    면접 볼 때 보통 이삼십 분 전에 도착 후 빨리 와서 죄송하다면서 미리 회사에 들어가 기다리는데요.

    평소 정신이 없는 회사들은 손님이 약속 시각보다 먼저 도착하면 왜 이렇게 빨리 왔어?’라는 표정으로 여전히 분주하고 정돈되지 않은 사무실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반대로 항상 정갈한 회사의 직원들과 대표자는 10분이든 30분이든, 손님이 미리 오든 약속한 시각에 오든 매번 만발의 준비가 되어있죠.

    이런 태도 하나만 봐도 입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당시 2102호에 몸담고 있었는데요.

    매우 큰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를 잘못 탔는지 10층 이하까지만 운영해서 또다시 면접 볼 회사에 전화했는데, 이번에는 어제와 다른 남성분이 전화를 받으셔서 까칠한 말투로 여기는 2층인데 웬 21? 네가 어디서 돌아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2102호면 2102호인데 무슨 21층 타령?’이라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대꾸하시는 겁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이 불쾌한 말투와 태도를 보이면 오늘 아침에 배우자랑 싸웠나 보네~’ 또는 부모님께 혼났나 보네!’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편이라 전화를 받으신 분도 집안에 우환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2102호가 212호가 아니라 2102호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드디어 회사의 정문을 찾았습니다.

    지금까지 다수의 면접을 봤지만, 건물 안에서 회사를 못 찾아 헤맸던 건 처음이었는데요.

    더구나 2102호가 2102호라는 사실은 태어나 처음 알게 된 생활 정보였습니다.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자 어떤 여성분께서 건강 음료를 건네시며 친절히 면접실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면접관은 이 회사의 대표님이셨는데요.

    대표님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박 대표님으로 설정하겠습니다.

     

     

    대표님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뭔가 첫인상부터 떨떠름한 표정으로 저를 훑어보셨습니다.

    대표님을 뵙자마자 너무 궁금해서 며칠 전 통화했던 남성분과 5분 전에 통화했던 남성분이 둘 다 직원인지 여쭈어보았습니다.

     

    불행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피하자는 주의라서 행여나 입사라도 하게 되면 거리를 두기 위해 미리 확인하고 싶었는데요.

    돌아온 답변은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두 사람은 동일인이었고 직원이 아니었고 다름 아닌 대표님이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달라서 두 명인 줄 알았다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대한민국에도 있었던 거죠.

    본인의 이중성을 단박에 들켜버린 대표님은 음흉한 눈웃음으로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초반부터 평범한 면접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왕 어렵게 왔으니, 면접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갈수록 대표님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는데요.

     

    지킬 박사는 이중인격이었는데 박 대표님은 허세와 허영을 겸비한 다중인격으로 보였습니다.

     

    면접 전날 본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면접 날짜와 시간을 재차 확인한 것에 대해 면접을 안 보려고 일부러 전화한 거 아니냐고 물으셨습니다.

    회사 측에서 면접을 먼저 거절하길 바라는 마음에 고의로 연락을 한 것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제 상식선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궤변이었는데요.

    이건 무슨 피해의식인 건지 자격지심인지 또 다른 과대망상인지 괴상한 생명체를 마주하고 있으려니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저는 돈보다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식당을 예약하더라도 전날 꼭 확인 전화를 하는데요.

    만약 어제 약속하고 오늘 만난다면 따로 확인을 안 하지만 이번 면접처럼 며칠 전에 한 약속이라면 그게 누구와의 어떤 선약이든 상대방이 만남을 잊어버렸거나 말없이 어기게 되면 그 시간이 허공에서 없어져 버리는 거잖아요?

     

    시간 가계부를 쓸 정도로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세월은 질색이라 전날이 되면 매번 연락해 봅니다.

    제시간이 소중하다면 상대방의 시간 또한 중요하므로 서로 확인하고 상대에게도 제가 약속을 지킬 사람이라는 걸 안심시켜 주는 거죠.

    대부분 확인용 전화나 문자를 보내면 다들 흔쾌히 생각하시고 나아가서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신용 점수까지 주시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상대방의 거절 의사를 끄집어내기 위해 역으로 전화를 한 것이라는 억측은 정말 살다 살다 처음 들어봤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흘려들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박 대표님은 면접 전부터 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라 먼지 한 톨이라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내서 비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지만, 냉소적인 자기 시선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월주의자겠죠.

     

    어디서 호되게 당했는지 상대방이 예를 갖추어 한 행동에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서 까칠하게 구는 호들갑이라면 같이 일하면서 굉장히 피곤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니니 면접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친절한 직원을 채용하고 싶다 하시면서 고객사를 대할 때 어떤 식으로 응대하는지 하나의 예를 들며 물으셨습니다.

    문의하는 고객사에 답변을 해주면서 '여기는 학원이 아닙니다'라고 했다는 어떤 직원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 무례한 불친절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셨습니다.

     

    똑같은 문의를 여러 번 하는 고객이 있다는 건 결국 우리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감사한 마음으로 늘 처음 듣는 질문이라 생각하고 응대하는 것이 예의라는 이야기를 후배에게 해준 적이 있었는데요.

    평소 지론이기도 하였고 후배와 담소를 나누었던 경험이 있어서 답변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력서를 보시고는 96개월을 근무한 회사와 대표님에 대한 질문도 하셨는데요.

    오 대표님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분이셔서 오래 근무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하자 또다시 깔보는 듯한 말투로 대표님 성격이 까탈스러우셨나 보네요.” 하시는 겁니다.

     

    오 대표님과는 어차피 끝난 인연이고 싫었든 좋았든 굳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 과거의 사람을 욕보이는 게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 같아서 그냥 좋은 말만 하고 넘어갔는데요.

    굳이 그걸 끄집어내서 세상을 다 안 다는 양 으스대는 박 대표님의 과잉된 자의식에 점차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이라는 건 불합격 시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한 모습만 보여주기 마련이잖아요?

    박 대표님은 제가 제발 알았으면 싶을 정도로 옹졸한 속내를 유치하게 내비치시면서 무례를 넘어 무식해 보이는 말투와 태도를 계속 시전 하셨습니다.

    본인의 회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직원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배려한다고 하시면서 일이 적고 급여는 많다고 과한 허세를 부리셨는데요.

    면접의 막바지로 갈수록 불합격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채용하지 않을 직원과의 대화이고 마침 허언증도 걸린 상태이니 본인의 회사를 천국으로 부풀렸던 거죠.

     

     

    면접은 종료되었고 마시지 않은 음료를 제가 한쪽에 두려 하자 가져가서 먹으라며 딱한 표정으로 적선하듯 내미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몰상식한 태도를 보이시며 저의 뇌를 빠르게 회전시켜 주셨습니다.

    면접이 끝나면 대체로 면접실이나 회사 정문에서 인사하고 헤어지기 마련이었는데요.

    박 대표님은 저한테 뭔가 화난 사람처럼 인사도 대충 하고 검토 후 문자로 통보해 준다면서 휑하니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회사 문을 열고 나오면서 면접이 아니라 해고가 된 듯한 이름 모를 모멸감이 느껴졌습니다.

    태어나 처음 겪어본 기괴망측한 면접관이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잘못한 게 뭘까?'

    '지금 느끼는 이 수치스러움은 어디서부터 온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니고 있던 스터디카페로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타 회사와 너무나 달랐던 면접을 복기해 보며 그분 말씀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마음에 걸렸던 한 질문이 떠올랐고 이 모든 시간 낭비는 그 문장으로부터 나왔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건 바로 개념 없는 직원이 '여기는 학원이 아닙니다'라는 실언으로

     

    잘 몰라서 물어보는 순진한 고객사 담당자에게 핀잔을 선사했던 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차근히 생각을 해보니 퍼즐이 하나씩 맞추어졌습니다.

    대표님은 면접 전 저와 통화 시 매우 친절한 전화 예절을 지키시다가 전날과 당일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같은 본색을 드러내셨는데요.

    아마도 그날들 사이에 오 대표님과의 통화가 있었고 '그 통화 속에서 오 대표님의 물고 늘어지기 수법이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이력서 작성 시 전 근무지의 연락처를 꼭 기재하는데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면접관으로서 참여를 한 적도 있고 구직자로서 면접을 보러 새로운 회사에 간 적도 있는데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구직자의 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과거 회사의 연락처를 적는 사람은 처음이라 놀랐다는 면접관님을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구직자가 궁금한 회사는 연락처를 찾아서라도 전화할 것이기에 연락처를 이미 알고 있는 저로서는 상대방의 시간도 아낄 겸 전 직장 상호 옆에 연락처를 메모해 둡니다.

    새로운 회사가 전 근무지와 통화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할 것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저의 시간 또한 아끼면서 꼭 필요한 면접만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오 대표님은 뜬구름 잡는 투자로 남 탓을 하시다가 결국 전 직원을 해고하고 본인과 비슷한 직원을 채용해서 고생한 경험 보유자셨는데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또다시 남 탓을 하다 하다 제가 새로이 입사 지원한 회사 면접관과의 통화마저도 화풀이 놀이터로 물고 늘어지는 치졸함을 보이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오 대표님의 하소연을 들은 잘난 맛에 사는 할 일 없던 박 대표님은 마침 심심하던 차에 이 막돼먹은 직원을 훈계하고 업계의 정의를 구현하고자 동병상련의 어리석음을 가진 선배의 원수를 갚음으로써 영웅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진짜 면접인 양 불러놓고는 위아래로 훑어보며 면접관 행세는 해야 하니 대충 질문 몇 개 던졌던 거죠.

    지원자가 대답이라도 할라치면 말끝마다 뚝뚝 자르시면서 자의식 과잉으로 똘똘 뭉친 지식인 역할에 심취해서는 속으로 '너 오늘 잘 걸렸다.' (키득키득) 혀를 끌끌 차며 '그 개념 없는 면상이 너구나~' 싶으셨겠죠.

     

     

    면접이 끝날 무렵 이틀 뒤에 합격 여부를 문자로 알려주신다고 하셨는데요.

    저의 예지력이라면 아쉽게도 넌 탈락이고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라고 문자가 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다 다음날 정말 정확하게 추정대로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는 사무적인 문자가 왔습니다.

     

     

    어리석은 작자분들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코스프레를 이미 간파했기 때문에 구인·구직사이트를 들어가서 채용공고를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역시나 새로운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었고 전임자 육아휴직에 대한 오해로 전화 문의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상세하게 다시는 문의 전화가 오지 않을 내용으로 수정되어 있었습니다.

    피드백을 참 빠르게 반영하는 분이세요.

    박 대표님을 연구해 보니 사건의 앞뒤도 모르는 남의 인생에는 우쭐거리며 지적하기에 재미가 그만이지만, 타인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절대 못 참는 빈 껍데기 우월주의자셨습니다.

     

    이쯤 되니까 오 대표님이 물고 늘어지셔서 되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인 차원에서 오 대표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안 그래도 박 대표님 회사에 면접 후 입사 거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대표님과 박 대표님의 통화 덕분에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대표님께 항상 도움만 받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자 잠시 후 날이 더운데 잘 지내고 있냐면서 통상적인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자존심이 워낙 강한 분이라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은 딱 잘라서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성격이신데요.

    제가 보낸 문자가 모르는 일이라면 박 대표가 누군지, 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되물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답장에 생뚱맞은 날씨 얘기를 하시는 거로 보아 통화한 게 확실하다 싶었습니다.

     

    좀 전에는 생각을 검증하는 단계였다면 이번에는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10년 가까이 대표님 회사에서 근무했고 10년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는데, 10년의 세월 중 저에 대한 기억이 스스로 감정 주체를 하지 못해서 거래처에 막말이나 하는 직원으로 기억에 남았다니 지금이라도 사과드립니다.'라고 보냈습니다.

     

    절반은 감정이 상해서 보낸 거였지만, 남은 절반은 진심으로 송구함을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연히 답장은 안 주실 거로 생각하긴 했는데, 역시나 5분 전에 보내신 답문과는 다르게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으십니다.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만 유독 센 사람은 눈치는 있지만, 염치가 없어서 사과라는 덕목 자체가 뇌 구조에 없는 아이템이라 보통 수치심 대신 묵묵부답으로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곤 하죠.

    답변 없는 대표님의 표정을 떠올리며 예상은 했지만 정말 예측대로 맞았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웠습니다.

    훗일을 감당하지도 못하는 배포를 가지고 허황한 욕심으로 이 모든 일이 일어났음에도 여러 번이나 파렴치 못한 행동을 하신다는 게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라면 화내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무시하고 넘어갔을 일이었는데요.

    그간의 내용을 장문의 메일로 작성하여 두 대표님께 보냈습니다.

     

     

     

     

    박 대표님께는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 전 연락을 한 것부터 당일 대표님의 무례한 태도가 오 대표님과의 통화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더불어 '여기는 학원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당시 고객사였던 한 거래처에 담당자가 바뀌게 되었는데요.

    과거 근무했던 분이 재입사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다시 회사에 돌아온 후 일은 본인이 다 하고 저희 회사는 아니 저는 딱히 해주는 게 없어 보이는데 지급하는 돈이 너무 많다며 무리하게 계약 금액을 줄였는데요.

    이 직원분은 무려 거래처의 대표님께서 계약한 게 있으니, 정상적으로 대금을 치르시겠다는데도 정의의 사도처럼 경비를 아끼려 남에게 줄 돈을 안 줘버리는 신종 절도를 저지르신 겁니다.

    그 후로 일을 잘한다고 말은 했는데 실상은 신입사원 수준으로 모르는 게 많아서 저희 회사에 지속적인 문의와 부탁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하셨는데요.

    이런 사람의 특징은 겸손이라는 게 없어서 뭘 가르쳐주면 배운 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조용히 넘어갈 텐데 매번 문의하고 본인이 또 맞는다고 하고 일은 엉망으로 해놓고 또다시 동일한 건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묻기만 하시니 참다 참다 '여기는 학원이 아닙니다.'라고 한마디 한 것이었습니다.

     

     

     

    오 대표님은 그 이후로 툭하면 이 사건을 입에 담으셨고 자연스럽게 매번 저를 질책하셨습니다.

    심지어 후배 직원 앞에서도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나무라신 적도 있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고객이 수수료를 깎든~ 말든~ 그저 적~~~ 일하고 내가 받을 월급이나 챙기면 되는 건데 왜 사장처럼 열심히 일하고 응대해서 좋은 소리도 못 듣는 행동을 했을까?'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그 일부터는 내 일처럼 나서지 않고 대표님이 시키는 일만 했습니다.

    그 후로 고객사 담당자분은 모든 업무를 직원이 아닌 오 대표님과 직접 통화하길 원하셨습니다.

    대표님은 고작 몇 번의 통화로 이분에게 질려서 연락을 피하시다 급기야 저한테 이 담당자분의 험담을 하시며 불평불만을 쏟아내셨습니다.

     

    저를 꾸짖으시며 본인이 한 말도 기억을 못 하시는지 담당자가 하루빨리 교체되기를 꿈꾸셨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저도 알고 오 대표님도 알고 계시는데 '앞뒤를 다 자르고 새로운 회사의 대표에게 어떻게 전달하셨으면

     

    생애 처음 만나는 분이 마치 벌레 보듯이 대하셨을까?' 상상만으로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박 대표님께 보내는 메일에 10년 동안 제가 어떤 식으로 회사 생활을 했으며 그 후 퇴사하게 된 사유와 그로부터 2년 뒤 재입사까지 하였지만, 다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일화를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뜬구름 잡는 투자로 직원을 모두 해고한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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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구름 잡는 투자가 아직도 남 탓인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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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지나간 인연 면접에서 잘했네~ 못했네~ 굳이 입에 담기 싫어서 넘겼더니 그 부메랑이 저에게 돌아오는 걸 보고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메일에 쏟아내자 조금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원통함이라는 게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간 오 대표님께 쌓인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돌팔매가 날아오자 폭발하고 만 건데요.

     

    박 대표님께는 살아보지도 않은 남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기 전에 본인의 삶이 남을 욕보이고 깎아내릴 자격이 있는지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살아가시라고 충고해 드렸습니다.

    더불어 전 근무지 대표자에게 직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전해 들어 채용 의사가 없어졌다면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키면 그만인데 바쁜 사람 불러놓고

     

    이 세상의 심판관이라도 된 양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은 대가를 꼭 치르시라 염원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수준과 성정에 꼭 맞는 직원이 채용되길 바라는 행운의 인사도 잊지 않았는데요.

    세상 혼자 잘난 안하무인의 사람들은 이런 메일을 보낸다고 해서 "아이고~ 내가 실언했네~."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남의 티끌은 하늘이 격노할 대역죄인이지만, 본인의 과오는 인간미 넘치는 해프닝이니까요.

     

    박 대표님께 메일 발송 후 오 대표님께도 보냈는데요.

    오 대표님은 제가 문자를 보낸 적이 있기에 메일을 읽지 않으실 것이 확실했습니다.

    다만, 메일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자존심 강한 대표님께는 본인의 얕은수가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가 되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메일에는 박 대표님께 저의 험담을 하실 만큼 제가 부족했다는 사과와 함께 두 번째 퇴사 시 어떤 일들로 인해 제가 두 달도 채우지 못한 채 퇴사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쓴 메일의 내용 또한 대표님께서는 저보다 더 잘 아실 것 같았는데요.

    모르는 척 직원들의 분쟁을 지켜보면서 은근슬쩍 인건비 좀 아껴 보겠다는 심산이었으니까요.

    내가 한 말이 어떻게 나한테 돌아오는지를 알려드리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한 말이 돌아와서 물의를 일으켰듯이 두 대표님이 하신 말씀 또한 결국 사필귀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최인철 심리학과 교수님이 쓰신 [ 프레임 ]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지혜는
    내가 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음의 습관에서 나온다."

     

    인생을 오륙십 년 살았어도 자신에게만 관대한 이기심으로 상대를 얕잡아서 본인의 발아래 두려는 두 대표님의 모습에서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매 순간 생각하지 않고 5060살 허송세월 흘러버려 굳어진 모습을 미리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지혜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세상에 무시해도 될 사람은 없고 타인에게 원한을 사는 행동은 살아있는 한 하지 말아야 할 행위입니다.

     

    오은주 님의 [ 돌팔매 ]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이 곡은 제삼자가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상처받은 이의 하소연이 담긴 대중가요입니다.

    허세와 허영으로 살아보지도 않은 남의 인생을 비웃는 박 대표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볼 수 없기에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입니다.

    모든 것은 타인의 행동에 반응하는 내 생각과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저 또한 명심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서는 다른 이의 눈에 중요하게 비치는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 이미 중요한 자신을 사랑하는 지혜로운 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래의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